칼럼 2
버스 기다리기
혹시 이런 풍경 본적이 있는가? 내가 저녁 6시 퇴근 시간쯤에 사당동을 지날 때마다 접하는 광경이다. 사당 사거리에는 경기도로 나가는 버스 정류장 몇 개가 있다. 노선에 따라 ‘G버스’가 퇴근하는 많은 사람을 태운다. 그런데 고단함을 짊어진 채 늘어선 사람들은 조용히 버스만을 기다린다. 한 줄이 수백 명이 되기도 한다. 출퇴근 시간대에 복잡한 사당동 사거리를 지나 강남순환 고속도로로 진입하기 위한 좌회전에 보통 10분 이상 걸린다. 그렇게 좌회전을 대기하며, 버스를 기다리며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모습을 본다. 그들은 뜨거운 열기에 손 선풍기로 더위를 쫓던가, 휴대전화기로 뭔가를 감상하며 시간을 보낸다. 비가 오면 우산을 쓴 채 기다린다. 그런데 그렇게 기다리는 동안 그들은 조금도 요동하지 않는다. 불평하는 사람도 없어 보인다. 그냥 버스 오기만 기다리는 것이다. 늘 그렇게 해서 ‘루틴’이 된 것 같다.
왜, 그들은 조용히 그리고 마냥 기다릴까? 그것은 ‘기다리면 반드시 온다’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. 너무 많은 승객이 몰려, 오래 기다린 끝에도 버스에 오르지 못하면, 다시 다음 버스를 기다린다. 그렇다. 기다리면 반드시 온다는 그 믿음. 그것이 피곤해도 조용히 기다리며 요동하지 않게 하는 것이리라.
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사무엘 베케트의 <고도를 기다리며>에서도 주인공 블라디미르의 고요한 기다림이 나온다. 결말은 매우 의미 있지만 그 과정에서는 인간존재의 무의미함과 기다림의 고뇌를 보여준다.
인간이 뭔가를 기다릴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‘반드시 오리라’는 믿음일 것이다. 사는 것이 가난하고 팍팍했던 60~70년대 우리나라는 ‘잘 살아보세’를 노래하면서 그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다. 그래서 지금의 세상이 있는 것이다. 그런데 막상 이렇게 살게 된 오늘의 한국 사회는 기다려도 오지 않을 것 같은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젊은이들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. 버스는 반드시 오고, 버스를 타면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으나, 오늘의 젊은이들이 기다리는 내일은 과연 오기는 오는 것일까? 혹시 잘못된 것을 기다리는 것은 아닐까? 이런 생각 하니, 길게 늘어선 그 행렬 사이에 낀 젊은이들이 매우 애처롭다.









